우리가 본받을 만한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

우리와 비슷한 듯 다른 실리콘밸리만의 일하는 방식
Mar 06, 2024
우리가 본받을 만한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
스타트업 문화의 대부분은 실리콘밸리에서 건너왔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수평적인 문화로 대표되는 그들의 기업문화는 자유로움과 함께 책임과 권한 모두를 개개인에게 제공합니다. 함께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정의하며 기민하게 할 일들을 각자, 그리고 팀으로 함께 완수해나가죠.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저변에 깔려있던 우리나라의 경우 그래도 스타트업 기업들을 필두로 개개인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평인 듯 보이는 기업 문화 곳곳에서 여전히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나 탑다운 형태의 업무 지시가 이루어지고 있죠. 기업 내에서 직함 대신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더라도, 그 안에 미묘한 위계는 여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있을까요? 이번 글에선 빠르게 변화하는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이 어떤 문화적 환경과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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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만의 기업문화

실리콘밸리를 관통하는 다섯 가지 대표적인 문화적 특질을 꼽는다면 보텀업과 피드백, 플랫, 매니지업, 그리고 성과 지향 문화를 들 수가 있습니다. 각각의 문화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죠.

보텀업 문화(Bottom-Up Culture)

보텀업 문화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A to Z 전 과정에서 개인에게 주도권과 책임을 주는 문화입니다. 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팀원 개개인의 만족도와 함께 책임감과 소속감을 위해서도 중요하죠. 그 뿐만 아니라, 실제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위해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메타에서 오랫동안 지켜온 문화이기도 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는 문화이기도 하죠.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를 상상할 때, 단순히 무한하게 자유로운 문화라고 사람들이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실 자유에 대한 책임 역시 강한 문화가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Google 또한 이 보텀업 문화의 대표적인 예시로, 구글의 20% 시간 정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20% 시간 정책은, 직원들이 자신의 정규 업무 외에 20%의 시간을 자신이 관심 있는 프로젝트에 할애할 수 있는 문화를 의미합니다. 이 정책을 통해 Gmail과 Google News 같은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죠. 개인에게 부여되는 자율성을 바탕으로 실무자 개인에게 큰 책임을 제공하는 이 보텀업 문화를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능동적이고도 주체적인 업무가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가장 대표적인 실리콘밸리의 문화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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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문화(Feedback Culture)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다가 지금은 사라져버린 회사들의 공통점이 바로 조직 내에서 투명한 피드백 과정이 부재하면서부터 였다고 합니다. 다양한 의견과 주장들이 오갈 수밖에 없는 조직 내에서 단순히 표면적이고 피상적인 이야기들만이 공유되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건설적인 피드백이 안전하고 투명하게 오가는 것과 질적으로 다르죠. 기꺼이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용기와, 이러한 반대 의견조차도 존중받는 문화가 기반이 되었을 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건강한 피드백 문화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피드백의 대상 또한 제한이 없기에, 팀원들이 각자의 리더의 성과나 리더십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리더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중요한 건, 이 과정 속에서 리더 역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 더 나은 리더로 성장했을 때 이제 팀과 조직 전체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 과정이 없다면 조직은 발전할 수 없겠죠. 투명한 피드백 문화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회사의 존폐와도 직결되는만큼, 소수의 의견이 존중받고 또 그것을 통해 조금 더 나은 결과물을 도출하도록 해야합니다.
“망하는 회사의 공통점은 직원들의 피드백이 없었다는 것”메타 전 COO 셰릴 샌드버그 역시 매년 팀장 대상의 리더십 강의에서 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피드백 문화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기업 중 메타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메타에선 ‘실시간 피드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이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다양한 내부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빠르게 학습하고, 실수에서 교훈을 얻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2주 간격으로 진행되는 리뷰’를 통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조정을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플랫 문화(Flat Culture)

“가까운 사람에게 책임이 더 크다”는 보텀업 문화가 팀원들과 리더 사이에 존재하는 기준과 규칙이라면, 플랫 문화는 팀원들 사이의 동등한 역할과 책임 문화를 의미합니다. 프로젝트의 시작점에선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와 참여권을 제공하여 다양한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수집한 후, 객관적인 결정 구조를 통해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플랫 컬처를 성과로 연결할 수 있죠. 동등한 기회로 시작을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성과에 직결되는 기여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성과를 냉정하게 구분하고 평가하는 것이 자율성과 성과 보장의 비결입니다. 이는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은 대부분의 기업들을 가장 강하게 관통하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있다는 점이야말로 조직 내 임직원들에게 가장 강한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Spotify는 이러한 문화의 사례로, 소위 '스쿼드'라고 불리는 소규모 팀들이 자율적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이 방식은 다양한 아이디어의 수집과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며, 직원들의 책임감과 소속감을 높입니다.

매니지업 문화(Manage-Up)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문화일 수 있습니다만, 앞서 언급한 보텀업과 플랫 문화를 바탕으로 실리콘밸리에선 팀원들 각자가 자신이 소속된 팀을 이끄는 리더를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 토대는 간단합니다. 나의 일과 커리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인 만큼, 나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팀장에게 제공하고, 또 그럼으로써 팀장이 나를 잘 도울 수 있도록 나 역시 팀장을 도와야 한다는 개념이죠. 팀장이란 존재는 늘 일이 많고 바쁠 뿐더러 그 과정에서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노출할 때도 있습니다. 과거 우리의 문화가 어쩌면 팀장들한테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그때그때마다 팀원 개개인에게 정답을 제공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러한 과도한 기대를 접고, 대신 팀장을 포함한 내 상사들을 효과적으로 매니지업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그 결과를 통해 결국 나의 성과와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LinkedIn은 조직 내에서 이러한 매니지업 문화를 장려하여 직원들이 자신의 커리어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상사와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팀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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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지향 문화(Impact Driven Culture)

자율성이 강한 조직문화가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중요한 열쇠는 바로 ‘책임’입니다. 먼저 모두에게 성장할 기회와 환경을 충분히 마련해주고, 그 후에 결과의 임팩트를 평가해서 성장을 더욱 장려하든지 아니면 회사 밖에서 다른 길을 찾도록 도와주죠.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지금껏 실력자들을 유지해왔고, 또 그들에게 충분히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믿고 조성해줄 수 있었습니다. 이쯤에서 누군가는 책임제도가 너무 엄격한 거 아니냐며 반문 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 책임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결국 온전한 나의 성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평가 제도가 치열하지만, 결국 내가 일한 만큼 인정을 받고 성장을 할 수 있죠. 참여한 정도와 무관하게 동일한 성과를 나눠갖는다면 치열하게 일할 동기도 적어집니다. 우리는 ‘성과’보다 ‘열심히’를 강조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열심히’는 행위 그 자체와 과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성과와는 간극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성과를 명확히 정의한다면 행위는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부차적인 수단이 되기 때문에 기업과 조직에서 개의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이는 앞서 언급한 자율성과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율성이 개인에게 주어지는 셈입니다. 이는 어느 한 기업을 특정할 수 없을만큼, 실리콘밸리의 근간이 되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세 가지 요소를 추가로 강조하기도 합니다. 위험을 기꺼이 감수함으로써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업무 방식과 자세 및 시간 자체를 유연하게 조절하며,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성장해 나가는 문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 위험 감수(Risk-taking) 문화
실패를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실리콘밸리에는 깊게 뿌리박혀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직원들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여, 결국에는 혁신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합니다.
  • 유연성(Flexibility) 강조 문화
업무 환경과 일하는 방식의 유연성은 실리콘밸리의 주요 특징 중 하나입니다. 원격 근무, 자율적인 근무 시간, 그리고 프로젝트 기반의 작업은 직원들이 생산성을 최대화하고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 학습 문화(Learning Culture)
지속적인 학습과 개인의 성장을 장려하는 문화는 실리콘밸리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워크숍, 컨퍼런스, 온라인 코스 등을 통해 직원들은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대해 지속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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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모방을 넘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영감

이렇듯 실리콘밸리를 관통하는 다섯 가지 문화적 맥락과 함께 세 가지 추가 키워드들까지 살펴봤습니다. 가장 극심한 경쟁의 장이자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경제로 대표되는 실리콘밸리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죠.
각 문화와 키워드에 대한 실리콘밸리 내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독특한 기업 문화와 조직 구조가 어떻게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는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국 기업 문화 담당자들에게 실리콘밸리의 선진적인 접근 방식을 이해하고, 자사의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데 유용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보텀업 컬처는 직원들의 창의성과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구글과 같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피드백 컬처는 메타에서 볼 수 있듯이, 건설적인 피드백을 통해 문제 해결과 개선 과정을 가속화합니다. 플랫 컬처는 스포티파이와 어도비에서 각각 실행되며 다양한 아이디어와 전문성이 팀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매니지업은 링크드인에서 실천하는 바와 같이, 상하 관계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고 직원과 관리자 간의 상호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여 조직의 목표 달성에 기여합니다. 마지막으로, 성과지향 문화는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만든, 가장 중요한 핵심 문화이자 근간이 되는 요소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죠.
실리콘밸리만의 이러한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어떻게 세계적인 혁신의 선두주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조직 문화가 이러한 성공에 어떻게 기여했는지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실리콘밸리 문화의 형식만을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저변에 깔린 핵심적인 문화를 받아들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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